DEEP / 02
지난 대답을 지키는 일
괜찮다는 대답이 그날의 근황보다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잠깐 편해진 마음을 전했는데, 나중에는 계속 지켜야 할 말처럼 느껴지게 되는 거니까요.
안부를 물으면서도 그 얘기를 건너뛰게 되면, 걱정이 줄어든 만큼 대화도 편해집니다. 그 뒤에 다시 힘든 날이 왔다고 해서 듣는 사람이 그 변화까지 아는 건 아닙니다. 그날은 괜찮았다는 말이, 이제 그 일은 지나갔다는 소식으로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힘들다는 얘기를 꺼낼 때는 지난번에 괜찮다고 했던 것이 걸리기도 합니다. 오늘의 기분을 말하는 데, 그때 왜 그렇게 말했는지부터 설명하게 될 테니까요.
오랫동안 들어준 사람에게는 같은 얘기를 또 꺼내기가 미안했을 거예요. 걱정만 끼치던 대화에서 벗어나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을 테고요.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힘든 얘기를 자주 못했다면, 줄어든 말이 꼭 나아진 만큼을 보여주는 건 아닐 거예요. 아직 힘든데도 더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다 말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말하지 않은 날들은 두 사람에게 다르게 남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힘들었지만 꺼내지 않은 얘기가 쌓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마지막으로 들은 근황이 남습니다. 한동안 묻지 않는 일이 서운할 때, 그 차이를 관심이 줄었다는 뜻으로만 읽기는 어렵습니다. 마음을 덜 쓰게 된 것이 아니라, 괜찮다는 대답 이후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서운함이 남는다고 해서 꼭 걱정받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 겁니다. 힘든 사람으로만 대하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렇다고 힘든 날에도 말을 못 하게 되길 바란 건 아니었을 테니까요. 더 묻지 않는 것이 서운했던 날에도, 바랐던 건 계속되는 걱정보다 다시 말해도 되는 편안함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날 괜찮았다는 말과 오늘 힘들다는 말이 꼭 어긋나는 건 아닐 거예요. 다음 안부에서 필요한 것도 지난번에 왜 괜찮다고 했는지에 대한 설명보다, 그 뒤에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얘기일지 모릅니다.
더 긴 기록은 천천히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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