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결 인간도감
Human Archive Editions
Rider — Portrait Layer
Judgement묵혀둔 얘기를 처음부터 꺼내는 사람
인물편 · 人物篇 · Portrait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에게서 사과하는 연락이 온다. 그날은 요즘 사는 곳과 하는 일만 짧게 적어 보낸다. 사흘 뒤, 몇 년 전 집에 돌아와 쓰다 지웠던 말부터 길게 적는다.
인간의 초상
예전 대화를 읽을 때는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말보다 한참 위로 올라간다. 몇 시에 만나기로 했는지부터 다시 읽고, 됐어 두 글자로 끝낸 답에 멈춘다. 그 위에 있던 친구의 말을 다시 화면에 띄운다.
분리수거할 종이를 모으다가 티켓 반쪽을 집어 든다. 다 쓴 볼펜도 같이 손에 올려본다. 버릴 종이를 한쪽에 모은 뒤에도 티켓과 볼펜은 손에 들고 있다.
핵심 성향
며칠 동안 사과가 적힌 문장을 다시 연다. 답장 칸에 두 줄쯤 썼다가 지우고, 새로 온 안부에는 답을 보낸다. 대화가 아래로 길어지면 다시 위로 올려 그 문장을 찾는다.
그런데 지난 얘기를 시작하면 그날 들은 말 한마디로 끝나지는 않는다. 헤어진 뒤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집에 돌아와 무슨 답을 쓰다 지웠는지까지 적는다. 다 쓴 글을 둘로 나눠 잇달아 보낸다.
연락처를 정리하다 오래 연락하지 않은 친구의 이름을 한 글자만 남긴다. 번호는 지우지 않고 저장한다. 나중에 연락이 오면 짧아진 이름을 보고 대화창을 열어,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날짜를 확인한다.
오래된 대화창은 지우지 않고 목록 아래에 그대로 둔다. 새 연락이 뜨면 그 창을 먼저 내려서 마지막 날짜를 본다. 창을 닫지 않은 채로 새 대화에 답을 쓴다.
핵심 장면 5
- 오래 연락이 없던 친구의 사과를 받고, 사흘 뒤 그때 쓰다 지운 말을 길게 적는다.
- 몇 년 전 대화를 위로 올려, 짧게 끝냈던 자기 답까지 다시 읽는다.
- 버릴 종이를 모으면서도 티켓 반쪽과 다 쓴 볼펜은 따로 남겨둔다.
- 친구의 연락처에서 이름만 줄이고 번호는 남겨둔다.
- 옛 대화창을 닫지 않은 채로 새로 온 연락에 답을 쓴다.
In Relationships
오랜만에 통화하면 함께 봤던 공연 얘기도 길게 한다. 끝난 줄 알고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던 일을 얘기한다. 통화하던 휴대전화를 잠깐 떼고 티켓 사진을 찍어 보낸다.
예전 일을 다르게 적은 답이 오면 함께 있었던 시간부터 다시 짚는다. 그날 주고받은 말을 찾아 읽고, 헤어진 뒤 혼자 있었던 일도 덧붙인다. 보낸 글 아래에 답이 오는 동안에는 쓰던 말을 멈추고 읽는다.
인간도감의 기록
길게 보낸 답장 끝에 지금은 밥을 먹으러 간다고 덧붙인다. 티켓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난다. 밥을 먹을 곳 옆에 놓인 화면으로 친구의 답이 들어온다.
이해편 · 理解篇 · Understanding
지운 답장을 뒤늦게 이어 쓰는 사람
사흘 전에 친구에게서 온 연락을 다시 연다. 몇 년 전 함께 공연을 보고 돌아오던 날, 말을 심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다. 그 아래로는 요즘 사는 동네와 새로 시작한 일에 대한 얘기가 이어져 있다. 사과가 적힌 문장이 보일 때까지 화면을 올린다.
예전 대화에서 공연 날짜를 찾아 들어간다. 몇 시에 만나기로 했는지, 누가 늦었는지부터 읽는다. 밤늦게 주고받은 말까지 내려가다가 됐어 두 글자로 보낸 답에 멈춘다. 그 뒤로는 다음 날 날짜가 떠 있다.
포개진 종이 사이에서 티켓 반쪽을 꺼낸다. 공연 이름 아래 날짜를 휴대전화에 적힌 날짜와 맞춰본다.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뒤집어 옆에 놓은 뒤, 다시 그날 밤에 주고받은 말을 읽는다.
오늘 대화로 돌아와 오래된 일이니 괜찮다고 쓰기 시작한다. 두 줄쯤 적다가 지우고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다. 밥을 지으러 주방에 갔다가 돌아와서도 같은 자리에 앉는다. 방금 지운 자리에는 아무 글자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에 돌아온 뒤의 일부터 적는다. 몇 줄 쓰다가 문장 앞에 정류장에 혼자 앉아 있던 얘기를 넣는다. 버스를 몇 대 보내고 탔는지까지 적고 나니, 처음 쓴 문장은 위로 올려야 보인다.
보내기 전에는 친구에게 오늘 얘기할 시간을 먼저 확인한다. 저녁 식사 전까지 시간이 있다는 답을 읽고 쓰던 글로 돌아온다. 그때 지웠던 말 뒤에 다음 날 만나면 하려고 했던 말을 붙인다. 마지막 줄까지 읽은 뒤, 두 번으로 나눠 보낸다.
두 번째 글에는 그날 공연이 끝난 줄 알고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던 일도 들어 있다. 헤어진 뒤의 얘기까지 읽어 내려가다가 티켓을 다시 집어 든다. 글씨가 보이게 뒤집어 사진을 찍고, 방금 보낸 글 밑에 붙인다.
사진이 올라간 대화창을 위로 올려본다. 짧은 근황 몇 개 아래로 오늘 길게 보낸 글이 이어진다. 몇 년 전에 두 글자로 답했던 대화도 다시 찾아간다. 그날 밤에는 더 보낸 말이 없다. 오늘 보낸 글이 있는 곳으로 화면을 돌린다.
밥이 다 됐다는 소리가 나자 지금은 밥을 먹으러 간다고 보낸다. 티켓은 사진을 찍었던 자리에 내려놓는다.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나 수저를 가져온다. 밥을 먹으려고 앉은 뒤에야 친구가 보낸 답을 처음부터 읽는다.
뒤늦게 도착한 사과 앞에서 나는 어느 때의 말을 이어 쓰고 있었나.
지운 답장을 뒤늦게 이어 쓰는 사람 — warm.unspoken.
질문편 · 質問篇 · Question
한 글자로 남긴 이름
친구의 연락처에서 이름을 줄일 때 번호 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저장을 누르고 목록으로 돌아오자 성 한 글자만 남았다. 그 뒤에도 검색창에 그 글자를 쳤다가 통화 버튼은 누르지 않고 나온 날이 있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날에도 줄여놓은 이름이 떴다. 대화창을 열어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날짜부터 봤다. 화면 위의 한 글자는 그대로이고, 그 밑에는 몇 년 전 일을 사과하는 말이 적혀 있다.
이름을 줄여두고도 내가 남겨둔 것은 무엇이었나.
사흘 동안 온 말
사과를 받은 날에도 요즘 사는 곳은 알려줬다. 새로 온 근황을 읽고, 지금 하는 일도 짧게 적었다. 사흘 사이에 두 사람의 말이 번갈아 쌓였고, 사과가 담긴 문장은 위로 밀려났다.
대화를 마친 뒤에는 그 문장까지 다시 올라갔다. 새로 쓸 때마다 두 줄쯤에서 지웠다. 그 아래 남아 있는 것은 동네 이름과 일 얘기다. 연락을 받은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 부분은 그대로였다.
답을 주고받던 며칠 동안 내가 따로 펼쳐보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나.
두 글자로 끝난 날
오래전 대화에서 됐어 두 글자를 보낸 다음으로 내려가 본다. 그날 밤에는 더 주고받은 말이 없고, 다음 날에는 점심 얘기가 나온다. 그 밑에는 다른 친구와 만날 시간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오늘 쓰는 글에는 그날 밤에 쓰다 지운 문장이 이어진다. 집에 들어간 시각을 적다가 혼자 정류장에 앉아 있던 시간도 넣는다. 몇 년 전 대화창에서는 두 글자 다음에 바로 다음 날이 온다.
그때 짧게 보낸 대답 뒤에 나는 무슨 말을 더 하고 있었나.
사진을 보내기까지
버릴 종이를 모을 때마다 티켓의 날짜를 봤다. 반쪽만 남은 종이를 다른 것과 포개두고, 다음번에도 꺼냈다. 그 날짜가 적힌 사진을 친구에게 보낸 적은 없었다.
오늘은 긴 글을 보낸 뒤 티켓을 사진으로 찍었다. 공연 이름과 날짜가 보이게 손가락을 옮기고, 화면에서 한 번 더 확인한 뒤 전송했다. 사진 아래에 오늘 보낸 시각이 붙었다. 그 앞에 보낸 긴 글을 보려면 화면을 다시 올려야 한다.
오래 가지고 있던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준 날, 나는 무슨 말을 함께 보냈나.
잇달아 보낸 말
첫 번째 글을 보내고 곧바로 다음 글을 붙였다. 두 번째 글에는 그날 집에 늦게 돌아간 얘기까지 들어갔다. 전송을 누른 뒤에도 위로 올려, 공연장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는 대목부터 읽었다.
오늘의 대화창에는 그동안 혼자 쓰다 지웠던 말이 두 덩어리로 나와 있다. 밑으로 새 답이 오자 읽던 곳에서 손을 멈췄다. 마지막으로 보낸 사진까지 내려간 뒤, 새로 온 첫 줄을 읽는다.
잇달아 보낸 두 글 가운데 오래 혼자 읽었던 부분은 어디였나.
읽고 나서
친구의 답에는 그날 자기도 할 말이 있었다는 얘기가 들어 있다. 두 번 읽은 뒤 화면을 위로 올려 오늘 보낸 글의 첫 줄을 다시 본다. 그 위로는 몇 년 전 대화가 그대로 이어져 있다.
답장 칸에 손을 올렸다가 그대로 둔다. 대화창을 닫지 않고 화면만 끈다. 저녁에 다시 켰을 때도 같은 자리가 떠 있다.
질문들
연락할 방법은 남겨두고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요즘 얘기를 주고받으면서도 따로 답하지 못한 말이 있었나.
지나간 대화에서 내 대답이 유난히 짧았던 곳은 어디였나.
그날 끝낸 말 뒤에 덧붙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오래 가지고 있던 것을 마지막으로 누구에게 보여줬나.
혼자 여러 번 썼던 말 가운데 실제로 보낸 것은 어디까지였나.
오래 기억한 일을 상대에게 처음 말하면서 어디부터 설명했나.
지난 일을 길게 얘기한 뒤,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하러 일어났나.
- 인물편 · 人物篇 · Portrait
- 이 사람은 누구인가
- 이해편 · 理解篇 · Understanding
- 왜 그런 사람인가
- 질문편 · 質問篇 · Question
-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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