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결 인간도감
Human Archive Editions
Rider — Portrait Layer
The Sun제 차례를 뒤로 미루는 사람
인물편 · 人物篇 · Portrait
반가운 동료를 보면 멀리서 이름을 부른다. 동료가 길을 건너오는 동안에도 손을 들고 있다가, 가까이 오면 오늘도 여기서 일하느냐고 묻는다.
인간의 초상
함께 일하던 때 어려운 손님을 대신 응대해준 일을 꺼낸다. 동료가 별일 아니었다고 해도 어느 손님이었는지, 그날 얼마나 오래 붙잡혀 있었는지까지 말한다. “그때는 진짜 고마웠어.”
자기가 다니기 시작한 수영장 얘기를 꺼내다가, 동료가 아버지 병원에 다닌다는 말을 하면 듣는다. 요즘은 좀 어떠시냐고 물으며 한동안 그 얘기를 나누고,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수영장 얘기는 다음에 하겠다고 한다.
핵심 성향
다른 동료들은 먼저 들었다는 퇴사 소식을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야 듣는다. 당사자를 만나면 그동안 고생했다고 인사하고, 다음에 일할 곳은 집에서 가까운지 묻는다. 언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자기 근황을 묻는 말에는 짧게 답하고 동료의 새 일은 어떤지 묻는다. 그런데 수영은 계속 다니느냐고 한 번 더 물어오면 첫날 물을 먹었던 얘기부터 한다. 어제는 처음으로 끝까지 갔다는 말도 그때 덧붙인다.
주문한 커피 두 잔을 가져와 하나를 동료 쪽으로 민다. 동료가 병원 얘기를 이어가면 앉아서 듣고, 중간에 물을 때만 짧게 답한다. 커피를 처음 마실 때는 동료가 빈 잔을 내려놓은 뒤다.
헤어질 때는 길 건너편에서도 손을 흔든다. 동료가 건물 뒤로 사라지면 손을 내리고, 그제야 가방을 고쳐 멘다.
핵심 장면 5
- 반가운 동료의 이름을 부르고, 전에 도움받았던 일을 다시 꺼낸다.
- 수영장 얘기를 시작했다가 동료의 가족 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하겠다고 한다.
- 뒤늦게 들은 퇴사 소식 앞에서 새 직장은 집에서 가까운지 묻는다.
- 커피잔을 동료 쪽으로 밀고 얘기를 듣다가, 동료가 다 마신 뒤에야 제 잔을 든다.
- 길 건너편에서 동료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든다.
In Relationships
오랜만에 연락이 오면 지난번에 하던 일은 어떻게 됐는지 묻는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 소식까지 듣고 나서, 통화를 마칠 때쯤 수영 얘기를 하다가 말았다고 꺼낸다. 동료가 지금 해보라고 하면 다시 앉는다.
함께 밥을 먹고 온 어느 날에는 답장에 아까 들은 말을 적는다. 그 말이 좀 그랬다고 쓴 뒤, 그때 대답하지 못한 얘기를 덧붙였다가 지운다. 보내고 나면 한 문장뿐이다.
인간도감의 기록
즐거웠다는 연락에 다음에 또 보자고 답한다. 곧이어 수영장에서는 어디까지 갔느냐는 말이 오자, 지하철에서 내려서도 계단 옆에 서서 답장을 쓴다.
이해편 · 理解篇 · Understanding
얘기를 미뤄두고 커피를 먼저 건네는 사람
퇴사하는 동료와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다른 사람들은 며칠 전에 소식을 들었다는 연락이 온다. 식당에 도착해서는 먼저 손을 든다. 마주 앉자마자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고, 새로 갈 직장은 집에서 가까운지 묻는다. 동료는 밥을 먹고 세 시에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한다.
밥을 기다리며 전에 함께 일하던 날 얘기를 꺼낸다. 어려운 손님을 대신 맡아줬던 일을 말하자 동료는 그런 일도 있었느냐고 한다. 그날 손님이 나간 뒤 둘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고 덧붙이니, 그제야 동료가 식당 이름을 댄다.
밥이 나오기 전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도 한다. 첫날 물을 한참 먹었다는 얘기에 동료가 요즘은 운동할 틈이 없다고 답한다. 아버지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수저를 들다 말고 어디가 편찮으신지 묻는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근처 카페에 들어간다. 주문한 커피 두 잔을 가져와 하나를 동료 쪽으로 밀고, 아까 하던 얘기를 마저 듣는다. 동료는 다음 진료일을 알려주고 그날도 일을 빼야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동안 제 커피는 쟁반 위에 있다.
동료가 한숨을 길게 쉬고 빈 잔을 내려놓자 그제야 커피를 집어 든다. 한 모금 마시니 벌써 식어 있다. 동료가 수영장에서는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물을 먹었던 날부터 다시 얘기한다. 레인 끝까지 갔다는 말이 나오기 전 동료가 휴대전화 시각을 본다.
동료에게 다음 약속에 늦겠다고 말하고 먼저 일어난다. 수영 얘기는 다음에 하겠다고 하고, 남은 커피는 몇 모금에 나눠 마신다. 동료가 다 마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자 잔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챙긴다. 다 마셨다며 빈 잔 두 개를 쟁반에 올린다.
길을 건넌 동료가 돌아보면 손을 흔든다. 건물 뒤로 들어갈 때까지 서 있다가 지하철역으로 간다. 전동차에 앉아 즐거웠다는 연락에 답하고, 다음 진료는 잘 받고 오시라는 말도 보탠다.
그런데 몇 정거장 지나 수영은 어디까지 했느냐는 질문이 다시 온다. 이번에는 어제 처음 레인 끝에 닿았다는 말부터 쓴다. 다른 사람들은 몇 번씩 왕복하는 동안 겨우 한 번 갔다고 적는다. 내릴 역이 되어 휴대전화를 넣었다가, 내려서는 계단 옆에 서서 다음 문장을 잇는다.
다음에 하겠다고 말한 내 이야기는 어디까지 건너갔나.
얘기를 미뤄두고 커피를 먼저 건네는 사람 — warm.unspoken.
질문편 · 質問篇 · Question
며칠 전에 들었다는 말
같은 점심 약속에 가는 동료에게서 며칠 전에 연락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왔다. 지난 주말에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서는 퇴사하는 동료에게 먼저 손을 들었고, 새 직장은 어디인지 물었다.
밥을 먹는 동안 다음 출근일과 새로 맡을 일을 들었다. 병원 얘기로 넘어갔을 때는 휴가를 쓰기 어렵겠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 연락이 왔다는 말은 집으로 가는 전동차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점심 전에 다른 동료가 보낸 메시지다.
뒤늦게 들은 소식 앞에서 나는 무엇을 물었고, 어떤 말은 그대로 가져왔나.
그날 늦게 먹은 점심
어려운 손님을 대신 맡아줬던 일을 꺼내자 동료가 어느 날이었느냐고 했다. 옆에서 듣다 손님 앞으로 나서줬던 말도 전하고, 일이 끝나고 함께 간 식당 얘기도 했다. 동료는 그 식당이 얼마 전에 없어졌다고 한다.
없어지기 전에 한 번 더 가볼걸 그랬다고 얘기하다가, 그날 대신 나서준 것은 아직 기억한다고 보탰다. 동료가 별일 아니었다며 밥을 먹는 동안에도 어느 메뉴를 먹었는지 한 가지를 더 얘기했다.
상대는 잊고 있던 날을 나는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었나.
쟁반에 남아 있던 잔
커피가 나와 두 잔을 가져왔다. 하나를 동료 쪽으로 밀었고, 동료는 잔을 당겨놓으며 병원에 다녀온 얘기를 계속했다. 질문을 몇 번 더 하는 동안 다른 한 잔은 가져온 쟁반 위에 있었다.
동료가 빈 잔을 내려놓은 뒤에야 제 커피를 마셨다. 뜨거울 때처럼 조금만 입에 댔다가, 식은 것을 알고 한 모금 더 넘겼다. 그런데 수영 얘기를 꺼내자 동료가 휴대전화 시각을 본다. 아직 커피가 남은 잔을 내려놓고 다음에 하겠다고 했다.
그날 내가 다음으로 넘긴 것은 어디까지 말한 이야기였나.
먼저 일어난 사람
동료가 시각을 확인한 뒤 먼저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음 약속에 늦겠다고 말하며 커피를 마셨고, 동료는 다 마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잔을 비우고 쟁반을 반납하는 동안 동료는 외투를 입었다.
카페 문을 열어주고 나란히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갈라졌다. 동료가 길을 건너고 두 번 돌아보는 동안 그대로 서서 손을 흔들었다. 건물 뒤로 들어간 뒤에야 지하철역 쪽으로 돌아섰다.
서둘러 헤어진 날, 나는 언제까지 그 사람을 배웅했나.
한 문장만 보낸 날
함께 밥을 먹고 온 날, 답장에 아까 그 말은 좀 그랬다고 적었다. 뒤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와 그때 대답하지 못한 얘기를 붙였다가, 처음 쓴 한 문장만 보냈다.
상대가 무슨 말인지 묻자 그제야 점심에 들었던 말을 다시 적었다. 답장을 두 번으로 나눠 보냈다. 두 번째에는 밥을 먹을 때 잠깐 말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썼다.
짧게 보낸 말 뒤에 내가 다시 설명한 것은 무엇이었나.
내릴 역을 지나기 전에
전동차 안에서 수영 얘기를 다시 묻는 연락을 받았다. 어제 처음 끝까지 갔다고 적고 나서, 도착한 쪽 벽을 잡고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도 썼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돌아갔다고 덧붙일 때 내릴 역 안내가 나왔다.
휴대전화를 넣고 내렸다가 계단 옆에서 다시 꺼낸다. 보낸 말 밑에 답이 오기 전인데, 이번에는 돌아오는 길 얘기도 잇는다. 중간부터 걸어 나왔다고 쓰고 전송을 누른다.
질문들
다른 사람들은 먼저 알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무엇부터 물었나.
오래전 도움받은 일을 다시 꺼낼 때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나.
내 이야기를 시작했던 날, 상대에게 제일 길게 들려준 것은 무엇이었나.
다음에 하겠다고 말하기 직전에는 누가 어떤 말을 했나.
기다리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하던 일을 어떻게 마쳤나.
같이 앉아 있을 때보다 헤어진 뒤에 길어진 내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짧게 보낸 말 뒤에서 다시 물어주기를 기다린 대목이 있었나.
한 번 더 물어온 연락에 나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이었나.
- 인물편 · 人物篇 · Portrait
- 이 사람은 누구인가
- 이해편 · 理解篇 · Understanding
- 왜 그런 사람인가
- 질문편 · 質問篇 · Question
-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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