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unspoken

관계의결 인간도감

Human Archive Editions

Rider — Portrait Layer

The Tower혼자 남은 날에도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

인물편 · 人物篇 · Portrait

같이 살던 사람이 집을 나간 날, 밤늦게까지 주방을 닦는다. 다음 날에는 평소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친구에게 잠을 별로 못 잤다는 연락을 보낸다.

인간의 초상

씻어둔 그릇을 씽크대장에 넣고 식탁을 벽 쪽으로 옮긴다. 바닥에 남은 자국까지 닦은 뒤, 혼자 먹을 밥을 차려 새로 놓은 식탁에 앉는다.

며칠 뒤 친구가 집에 들르면 식탁을 옮겨서 방이 넓어졌다고 말한다. 친구가 요즘은 잠을 잘 자느냐고 물을 때는 대답하기 전에 잠깐 창밖을 본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다고 하고, 아침에는 그래도 일어나 나간다는 말을 보탠다.

핵심 성향

아침 알람은 전과 같은 시각에 맞춘다. 전에는 같이 살던 사람이 먼저 씻는 동안 주방에서 기다렸는데, 이제는 씻고 옷을 다 입고도 나갈 때까지 시간이 남는다.

금이 간 휴대전화에는 필름을 붙여 계속 쓴다. 글자가 갈라진 부분에 걸리면 화면을 조금 올리고, 바꾸지 않느냐는 말에는 아직 전화는 잘 된다고 답한다.

식탁을 옮겨놓고도 물컵을 들고 오다가 예전에 의자가 있던 쪽으로 간다. 빈 바닥을 내려다본 뒤 돌아앉고, 다 먹은 그릇은 일어나자마자 치운다.

친구에게는 전에도 따로 살 얘기가 나왔었다고 한다. 어느 날 나갈지는 알고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날짜까지 정한 건 아니었다고 답한다.

핵심 장면 5

  1. 같이 살던 사람이 나간 날 밤늦게까지 주방을 닦는다.
  2. 식탁을 옮겨놓고 혼자 먹을 밥을 차린다.
  3.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다고 말하며 아침에는 일어나 나간다는 말을 보탠다.
  4. 전과 같은 시각에 일어나 씻고 옷을 입은 뒤, 나갈 시간을 기다린다.
  5. 금이 간 휴대전화에서 글자가 걸리는 부분을 피해 화면을 올린다.

In Relationships

집에 와도 되느냐는 친구에게 퇴근 시간을 알려준다. 먼저 도착한 친구가 같이 밥을 먹자고 하면 냉동실에서 얼려둔 밥을 꺼내고, 벽에 붙인 식탁을 조금 당겨 맞은편에 의자를 놓는다.

다만 친구가 생활은 다 정리된 것 같다고 하면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밥을 먹다가 아직 저녁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꺼낸다. 친구가 돌아갈 때는 현관까지 따라나와 다음에 올 때 연락하라고 한다.

인간도감의 기록

출근하려다 방 안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다시 들어간다. 불을 끄고 나오면서 다른 방도 한 번씩 보고, 현관문을 잠근 뒤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이해편 · 理解篇 · Understanding

식탁을 벽 쪽으로 옮기는 사람

같이 살던 사람이 마지막 짐을 가져간 뒤에도 주방에서 설거지를 계속한다. 나중에 두고 간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에 알겠다고 답했고, 현관문이 닫힌 뒤에는 물을 잠갔다가 다시 튼다.

씻어둔 그릇을 씽크대장에 넣고 보니 식탁 위에도 치울 것이 남아 있다. 물컵과 충전선을 옮기고 식탁을 벽 쪽으로 민다. 식탁이 있던 바닥에는 닦지 못했던 자국이 길게 남아 있다.

걸레를 가져와 그 자국을 닦고, 옆에 있던 의자도 새로 놓는다. 혼자 앉을 쪽만 비워두고 나면 가운데를 지나갈 수 있다. 방 입구에 서서 한 번 본 뒤 걸레를 빨러 간다.

그사이 친구에게서 저녁은 먹었느냐는 연락이 온다. 아직이라고 답하며 시간을 확인하고, 얼려둔 밥을 데운다. 반찬은 작은 접시에 덜어 새로 옮긴 식탁에 놓는다.

그런데 물을 가지러 갔다가 돌아올 때는 식탁이 있던 쪽으로 간다. 컵을 든 채 잠깐 서 있다가 벽 쪽으로 돌아앉는다. 밥과 반찬은 평소처럼 차렸는데, 식탁에 앉아 바라보는 쪽이 달라졌다.

친구가 전화해 저녁에 잠깐 들러도 되는지 묻는다. 방은 다 치웠고 저녁도 먹고 있다고 답하다가, 잠깐 와도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친구가 도착할 시간을 말해주면 그때까지 먹은 것을 치워두겠다고 한다.

밥을 다 먹고 그릇을 씻은 뒤에도 친구가 올 때까지는 시간이 남는다. 내일 입을 옷을 꺼내놓고 휴대전화 알람을 확인한다. 화면에 금이 간 부분을 피해 시간을 읽고, 전화기는 식탁에 내려놓는다.

다시 앉아서 방 안을 본다. 식탁을 옮긴 자리는 비었고, 주방에도 씻을 것이 없다. 전화가 울릴 때까지 앉아 있다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현관으로 간다.

친구가 들어오면 맞은편에 놓을 의자를 가져온다. 앉을 곳이 좁아 식탁을 벽에서 조금 떼고, 아까 치워둔 물컵을 하나 더 꺼낸다.

그날 집 안을 바꾸고 난 뒤, 나는 누구와 무엇을 하고 싶었나.

식탁을 벽 쪽으로 옮기는 사람 — warm.unspoken.

질문편 · 質問篇 · Question

문이 닫힌 뒤

마지막 짐이 나갈 때까지는 어디에 무엇이 남았는지 함께 확인했다. 두고 가는 것은 나중에 가져가도 된다고 했고, 문 앞에서는 연락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문이 닫히자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릇을 씻다가 물을 잠그면 복도에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물을 틀고 다른 그릇을 집었는데, 어느 것을 씻고 있었는지 잠깐 헷갈렸다.

그날 바로 하던 일로 돌아가면서 나는 어떤 소리를 듣고 있었나.

먼저 치운 방

식탁을 옮기고 바닥을 닦는 동안에는 다음에 할 일이 보였다. 컵을 넣을 곳도, 의자를 놓을 곳도 정할 수 있었다. 끝내고 나면 처음보다 방이 넓어졌다.

씻을 것도 옮길 것도 없어진 뒤에는 한동안 앉아 있었다. 방을 치우기 전부터 혼자였는데, 다 치우고 앉으니 현관 쪽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고개가 돌아간다. 휴대전화에 뜬 친구의 연락을 읽고 도착할 시간을 다시 본다.

다 치웠다고 말한 뒤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

전에 나온 얘기

따로 살자는 얘기는 전에도 나왔었다. 친구에게 그 말을 전하고 나면 갑자기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고 덧붙일 수 있었다. 둘 다 알고 있던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짐을 가져가겠다는 날짜를 들은 날에는 그날부터 혼자 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날까지 같이 먹을 반찬을 샀고, 집에 돌아오면 먼저 온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에 했던 얘기를 떠올려도 그날 저녁이 미리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언젠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것과 오늘부터 달라진 것은 내게 얼마나 달랐나.

일찍 준비된 아침

알람은 전과 같은 시간에 울렸다. 씻고 옷을 입고 나니 집을 나설 때까지 시간이 남았다. 전에는 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춘 뒤에 들어갔는데,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쓸 수 있었다.

옷을 다 입은 채 식탁에 앉아 출근할 시간을 기다린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알람을 열었다가, 처음 이 시간을 맞췄던 때가 떠오른다. 함께 쓰는 욕실 때문에 둘이 정한 시간이었다.

혼자 쓰게 된 아침에도 나는 누구와 맞췄던 시간을 따르고 있었나.

계속 쓰던 화면

휴대전화의 금은 식탁을 옮기기 전부터 있었다. 그날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친구의 전화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방을 다 치운 뒤에도 전화기는 그대로 썼다.

수리비를 알아봤던 날이 언제였는지 찾아본다. 그 뒤로는 금이 지나가는 곳을 피해 화면을 움직였고, 누가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직 쓸 만하다고 했다. 예전에 적어둔 수리비와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을 번갈아 본다.

계속 쓸 수 있다고 말하며 나는 어떤 불편을 하루씩 넘겼나.

다시 당긴 식탁

혼자 앉을 만큼만 비워뒀던 식탁을 친구가 온 뒤에 다시 당겼다. 마주 앉고 보니 벽에 붙여놨을 때보다 방은 좁아졌고, 가운데를 지날 때는 의자를 조금 밀어야 했다.

친구가 돌아간 뒤에도 식탁을 바로 벽에 붙이지 않는다. 컵을 씻어 씽크대장에 넣고, 먹다 남은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의자 옆을 지나가 혼자 밥을 차린다.

질문들

갑자기 혼자 남은 날 가장 먼저 끝낸 일은 무엇이었나.

다 정리했다고 말할 때 나는 어디까지를 보고 있었나.

전에 나왔던 얘기라는 말로 그날의 무엇을 다 말했다고 여겼나.

달라진 것을 알면서도 몸이 먼저 하던 대로 움직인 때가 있나.

이제 혼자 정할 수 있는데도 전에 맞춘 시간을 따르고 있던 일은 무엇이었나.

그대로 써도 된다고 한 것에서 매번 피하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와도 된다고 답하기 전에 나는 무엇부터 끝내놓으려 했나.

누군가 다녀간 뒤 바로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은 것은 무엇이었나.

인물편 · 人物篇 · Portrait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해편 · 理解篇 · Understanding
왜 그런 사람인가
질문편 · 質問篇 · Question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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