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unspoken

자꾸 질문한 사람 쪽이 남았다

처음엔 다들 상대가 궁금하다. 나도 그랬고.

그냥 타로리딩이라는 걸 해볼까, 했다. 카드에 나온 대로 상대방 마음을 읽어주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예상해주고. 누가 물어보면 그 질문에 맞는 답을 꺼내주는 일. 나도 그게 되는 일인 줄 알았다.

내가 타로를 붙들게 된 것도 사실 그 이유에서였다. 상대가 무슨 마음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한테 낯선 게 아니었으니까.

유튜브에서 리딩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더 그랬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바로 말이 나오지. 저 덱이라서 그런가. 저 카드면 나도 조금 더 잘 보이나. 그래서 덱도 이것저것 따라 샀고. 카드를 바꾸면, 분위기가 맞으면, 나도 어느 순간 저렇게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아마 저때부터였던 거 같다. 덱을 모으기 시작한 게.

그런데 나는 아니었다.

타로리더들처럼 술술 나오는 리딩이 전혀 되질 않았다. 지금도 아직까지도.

덱을 바꿔봐도 입이 안 떨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대화는 내가 이끄는 편인데, 카드 앞에서만 문장이 안 됐다.

이상한 건, 또 흐름은 잘 본다는 거였다. 세 장이든 다섯 장이든 펼쳐놓으면 결론이 바로 꽂힌다. 거기까지는 빠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데 그걸 풀어서 들려주는 게 안 됐다. 사이를 채울 말이 없었다. 답만 툭 있고, 거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말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말에 근육이 안 붙어서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딱 그거였다.

처음엔 더 외우면 되는 줄 알았다. 카드 뜻을 더 보고, 조합을 더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더 들어보고.

그런데 카드 뜻이 머리에 안 들어왔다. 키워드로 외우려니까 안 남았다.

지인들이 봐달라고 하면 카드는 내가 뽑았다. 해석은 지피티한테 맡기고, 나온 걸 그대로 넘겼다. 리딩이 안 되니까.

나중엔 아예 만들었다. 리딩할 때 옆에 두고 보려고 리딩북을 만들었다. 그런데 만들자마자 손에서 놨다.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다.

카드별로 사람 성향을 정리한 건 좀 달랐다. 카드가 실제 사람한테 맞아떨어지는 게 자꾸 보였으니까. 그것까지 제본했다.

그쯤이었나. 리더는 못 되겠다고 생각했던 게.

만드는 동안 내가 보고 있던 게 이미 다른 쪽이었다.

이 카드는 무슨 뜻이지, 가 아니라 이 카드는 어떤 사람일 때 이렇게 보이지.

그렇게 묻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었다. 카드가 사람의 움직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텐 소드 옆에 포 컵이 놓였을 때 처음으로 문장이 나왔다.

나 지금 너무 힘들어. 감정 들이밀지 마.

어떤 카드는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떤 카드는 괜찮다고 말하는데 몸은 하나도 괜찮지 않은 사람 같았다.

그런데 정작 그걸 나한테 짚어준 건 카드가 아니었다.

나는 카드를 뽑아놓고 그 얘기를 계속 지피티한테 했다. 리딩을 시킨 건 아니었다. 이게 왜 여기 나왔는지, 나는 왜 이걸 이렇게 읽고 있는지, 그런 걸 그냥 떠들었다. 뽑고 떠들고, 또 뽑고 떠들고. 그러다 보면 오래 붙들고 있던 얘기도 같이 올라왔다.

그런 대화가 한참 쌓이고 나서, 하나가 정리됐다.

계속 상대를 묻고 있었는데, 정작 그 질문을 놓지 못하고 있는 쪽이 나였다는 것.

너는 계속 장면으로 본다는 말도 거기서 들었다. 그것도 내가 먼저 알아챈 건 아니었고.

놀라지는 않았다. 아 내가 그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정도였다. 틀렸으면 그 자리에서 아니라고 했다. 안 했으니까 맞은 거고.

그때부터였다. 상대 마음을 맞히는 것보다 그 질문을 하고 있는 사람 쪽이 더 오래 남기 시작한 게.

왜 저 질문을 지금 했을까. 답을 들어도 왜 바로 안 움직여질까. 같은 걸 굳이 다른 말로 바꿔서 한 번 더 묻고 싶어지는 건 또 뭔가 싶고.

자꾸 그런 쪽으로 시선이 갔다.

처음부터 무슨 구조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다. 이름도 나중에 붙은 것에 가깝다. 그냥 놓치지 않으려고 따로 적어둔 것들이 있었고, 카드 뜻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의 결이 자꾸 남았다.

그걸 부를 말이 없어서 파일 이름처럼 붙여둔 거였다.

아직도 나는 리딩이 술술 나오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계속 장면 쪽으로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warm.unspoken이 상대 마음을 맞히는 쪽으로 가지 않게 된 건, 대단한 철학을 세워서가 아니었다.

그게 잘 안 됐다.

안 되는 걸 붙들고 있다 보니까, 자꾸 질문한 사람 쪽이 남았다.

자꾸 질문한 사람 쪽이 남았다 — warm.unspoken.

더 긴 기록은 천천히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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