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unspoken

얼굴은 흐릿한데
그날 내 손은 선명했다.

얼굴은 잘 안 떠오르는데, 그날 내가 잡고 있던 컵 손잡이는 선명하다.

남아 있는 건 그 사람 표정이 아니라 그때 내 손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깨를 어떻게 하고 앉아 있었는지 같은 것들이다.

처음에는 그 장면이 그 사람 때문에 남은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보면 시선이 그 사람 쪽이 아니라 내 쪽으로 조금 돌아가 있을 때가 있다.

그때 내가 얼마나 몸을 굳히고 있었는지, 손에 힘이 얼마나 들어가 있었는지, 괜찮은 척 앉아 있었는지 같은 것들이 늦게 보인다.

그래서 떠오르는 게 그리움인지, 그때 내가 불편했던 감각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 거 같다. 아직 흐려지지 않은 게 그 사람인지, 그때 거기 앉아 있었던 나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얼굴은 흐릿한데 — warm.unspoken.

같은 결의 사람 기록 — 안부만 묻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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